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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1 마음 길라잡이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쉽지 않다. 생각은 많은데, 실행이 없다. 작심삼일의 연속.. 여러 번 시도 횟수 중에 몇 번인 가는 작심 삼주가 되기도, 석 달이 되기도 한 적이 있었지만 몇 년이 흘러버린 지금까지 이어진 것은 한 번도 없다. 원인이 뭘까?

  지금까지의 실행결과를 토대로 나름의 결론을 내려보자면, 나에겐 짧은 프로젝트식 일거리가 맞는 것 같다. 한 두달 안에 확 몰아쳐서 몰입해서 실행과 결과까지 나오는 그런 일들 말이다. 6개월 혹은 몇 년에 걸친 일들을 해 내기에는 집중력이 받쳐주질 않는다. 1~2달 바짝 노력해서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물이 쏟아져 나오는 그런 일들을 찾아내어 몰입하고 결과 내고, 수익으로 보상받는 그런 시스템을 개발해야 할 듯하다. 

 하지만 그런 일들을 찾기가 쉽지 않다. 더군다나 하루중에 12시간은 온전히 회사와 가족에게 묶여 있는 처지다 보니 더욱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몇 년 전부터 계속해서 고군분투하고는 있지만, 무엇하나 뜻대로 흘러가는 분야가 없다. 솔직히 앞으로도 발견해 낼 것이라는 자신감까지 많이 떨어지고 있다. 요즘은 평균수명이 늘어나 자신의 나이에 0.8이나 0.7을 곱해야 옛날의 나이가 나온다는 썰에 대입해 보면 이제 내 나이 30세 초반으로 볼 수 있다. 정말 인생이 한창인 나이인데, 계속되는 실패로 점점 더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아서 마음이 좋지 않다. 

 "Just Do It."

 나이키의 슬로건이 담긴 팔찌를 주었다. 차에서 내리니 땅바닥에 먼지가 잔뜩 묻은채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더럽혀진 겉모양에서도 글귀는 선명하게 보였다. 검은색 바탕에 흰색 글씨가 고딕체로 밖혀 있었다.  

"일단 해!"

 누군가 나에게 소리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나는 뭔가에 홀린 듯 팔찌를 집어 들고는 그대로 팔에 끼었다. 그렇게 2주가 흘렀다. 팔찌는 깨끗하게 빨아 새것처럼 되었다. 팔찌를 차고 있는 동안에는 잡념이 들지 않았다. 매 순간 해야 할 일들에 집중하며 업무 중 버리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개인의 발전을 위한 하루의 절반은 어떻게 채워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 작업실에 남았다. 처음 생각과는 다르게 몇 달째 방치되고 있는 작업실이다. 어떤 이유를 붙여도 핑계겠지만, 5월에 이사를 하는데 에너지를 전부 소비한 탓이 컸다. 평생에 가장 소원이었던 집이라 에너지를 쏟아 부을 만은 했다. 하지만 이사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단순히 짐만 옮겨 놓는 작업이야 1~2주면 끝이 났지만, 새로운 환경은 기존의 생각들에 의문을 품게 했다.

 확실한 것은 이제는 정말 한 가지만 남았다. 알멩이 채우기. 

 겉만 번지르르하게 꾸몄던 모든 순간들은 이제 그 틀을 벗어던질 수 있는 힘이 갖춰졌다. 가난에서 벗어 날 수 있는 그런 가장 근간이 되는 틀을 이제는 내 가족 모두가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때문에 그동안 본모습을 감추기 위해 화려하게 치장했던 장식들은 모두 벗어던질 힘이 생겼다. 

 그렇게 벗어버린 자존심을 이제는 진짜 알멩이 채우기로 바꿔야 한다. 있지도 않은 사실로 있는 척은 그만 하자. 그렇게 해 봐야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테니. 솔직한 모습으로 솔직하게 채워나가자. 오직 그 길만이 내가 진짜 알맹이가 꽉 찬 사람으로 하루라도 빠르게 도달하는 길일 테니까. 

 작업실에 점점 소흘해 지고 있던 터라 오랜만의 정적이 낯설기까지 하다. 그동안 쌓였던 피로를 잠으로 풀고 책상에 앉았다. 노트북을 켰지만 쉽게 집중이 될 리가 없다. 핸드폰을 들고 2시간이나 시간을 죽이고 나서야 키보드 위에 손을 얹었다. 하지만 막상 적으려니 무엇부터 적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머리속에 떠올랐던 많은 단편적 조각들은 구체화되지 못한 채 단편으로만 떠다니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쉽사리 잡히지 않고 계속해서 머릿속을 어지럽히기만 하니 앞으로의 여정도 험난할 모양이다. 하지만 쉽게 포기할 수는 없다. 일단 마음을 다잡기 위한 현재의 느낌을 글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에, 그동안 잊어버렸던 키보드를 두드리는 느낌이라도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머릿속을 비우기 위한 끄적끄적 낙서를 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책상에서 내가 좋아하는 노트북을 켜고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은채 무엇인가를 끄적이며 하얀색 모니터에 글자가 채워지는 이 시간이 나는 좋다. 비록 누군가에게 의미를 지닐만한 멋진 글은 아니지만, 분명 언젠가는 나의 손끝에서 누군가에게 의미를 지닐 수 있는 글귀가 나올 것이라 자신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나의 삶이 인생이 분명 지금보다는 훨씬 풍족한 의미를 지녀 눈감는 순간에 후회만 가득한 한 숨 따위는 쉬지 않아도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