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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부동산 Log) #729수 가만히 있으면 결국 제자리다.

동의를 누르는 그의 손은 많이 떨리고 있었다. 

 

 자산을 늘리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열심히 일을 해서 아껴 쓰고 저축하는 알뜰한 어린이형. 베짱이처럼 탱자탱자 놀면서 자산이 늘기를 바라는 배짱형. 그리고 태어날 때부터 집안이 부자여서 돈 걱정은 전혀 안 하고 사는 금수저형. 이외에도 분류를 하자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커다란 분류는 이 정도면 되는 듯하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알뜰한 어린이형을 존경해 왔다. 태생이 어쨋든 자린고비를 지키며 직장에서 인정받고 성실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며 하루하루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삶을 살아가는 그런 알뜰한 어른이 말이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사이 자본주의 사회는 그런 그들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 

 

 피땀흘려 한 푼 두 푼 모으는 어른이들은 더 이상 존경받지 못한다. 배짱을 튕기며 수억 원의 빚을 지고 하우스푸어가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간단하게 웃어넘긴 배짱이들은 수십억의 자산가가 되어 알뜰한 어른이들을 비웃고 있다. 무엇이 잘 못 된 것일까?

 

 오늘 일하는 중에 동료에게 전화가 왔다. 50이 넘어 20년이 넘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그의 목소리엔 근심이 가득했다. 느지막이 결혼해 이제 7살 5살 아이가 있는 이 시대의 피해자 중 한 명이다. 얼마 전 그의 친척 중에 힘들게 살다 빚을 얻어 처음으로 장만한 아파트가 2배가 올라 삶이 180도 달라진 가족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허탈하지만 엄청나게 부러운 마음이 목소리에 묻어났다. 

 

 2주 정도가 흐른 오늘 그는 4년째 쓰고 있는 휴대폰에서 청약을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물어왔다. 핸드폰이 수명이 다 됐는지, 분명 핸드폰에 저장된 공인인증서가 뜨질 않아서 아파트 청약을 못해 몇 시간째 끙끙거리다 전화를 했다고 한다. 그를 만나 핸드폰을 받아보니, 핸드폰에서 인터넷으로 청약홈에 들어가 낑낑거리고 있었다. pc버전의 팝업이 핸드폰에 잘 뜰 리 없다는 사실을 그는 알지 못했다. 

 

 플레이 스토어에 들어가 청약Home 어플을 깔고 실행시켜주니 그는 나를 무슨 능력자처럼 쳐다보았다. 어깨를 으쓱해 보이곤 4년 된 휴대폰을 넘겨주자 그는 작은 화면을 빼곡히 매운 글자들을 신중하게 읽어가기 시작했다. 신중하게 글자를 읽어가며 아주 작은 체크박스에 커다란 손가락을 움직여 체크를 하는 그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거기가 확실한 거에요?"

 

 그는 하던 일을 멈추곤 잠시 생각을 하더니 대답했다. 

 

 "나도 몰라. 그냥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보니 괜찮은 것 같다고 해서 하는 거야. 그런데 한 가지 확실한 건 있어."

 

 "그게 뭔데요?"

 

 "오늘도 이 걸 안 하면 결국 미래에 나는 지금과 똑같이 살고 있을 거라는 것!"

 

 그의 말에 나는 가슴이 찡해왔다.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왠지 그의 마음을 확실하게 알 것 같았다. 결과가 좋을지 나쁠지는 아마 세상 그 누구도 확신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빌었다. 그래서 그가, 그의 아내가 그가 바라는 행복한 삶을 이루어내고는 서로 마주 보며 활짝 웃게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