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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일지

Invest Log #0810. 휴간데.. 비만.. 주룩주룩..

 

 휴가다. 2020년의 여름휴가. 회사를 다니다 보면 좋을 때도 있다. 방학처럼 길진 않지만, 그래도 하루 이틀 정도는 연차로, 1년에 2~3번은 연휴들이 있으니까. 그렇게 며칠을 쉬고 나면 신기하게도 또 일이 된다. 지긋지긋했던 일상이 조금은 그립고, 짜증 났던 동료들이 살짝은 그립다. 이 정도면 살짝 미친것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이게 삶인가 싶기도 하다. 

 

 휴가 전 분명 주식 투자를 위한 나름의 방법을 체계화 혹은 시스템화 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1. 미국의 주식시장을 살펴보며 오늘 장 흐름을 예측해 보고,

 2. 최근에 테마를 파악하여 현재 진행중인 테마와 앞으로 다가올 테마가 어딜지 예측해 보고

 3. 관련기업들을 찾아내서 그룹핑하고,

 4. 테마내 개별기업들의 수급을 분석하여 좋은 투자기회가 있을 만한 기업을 분석해 내어

 5. 실제 장에서 내 예측이 맞는지 확인한 후 좋은 타이밍을 잡아 실제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것이었다. 

 

 휴가 직전 그 동안 이론적으로만 알던 내용들을 실제 시장에서 확인해 보며 부족한 점이 많이 발견된 터라 이번 휴가 때는 하루 종일 장을 살펴보며 그 개선점을 찾는 시간으로 활용했으면 좋았을 텐데, 공부한 시간보다는 떨어지는 빗방울을 원망하며 지냈다. 아이들과 가기로 했던 워터파크도 못 가고, 그저 집에서만 오롯이 아이들과 함께 뒹굴뒹굴...

 

 그래도 몇 가지 얻은 사실들이 있으니 그 내용을 적어보도록 하자. 

 

 첫번째, 나 스스로 정립해 놓은 이론들을 내가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 원인은 뭐 다양하게 있지만, 너무 많은 정보들을 한꺼번에 처리해야 하는 주식 특성상 익숙하지 않은 초보의 한계다. 초보이기 때문에 라는 변명은 좀 궁색하지만, 실제 잘 훈련되지 않은 나 같은 초보들은 흐름일 잊어버리지 않도록, 원칙을 까먹지 않도록 계속해서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 개인적으로 자꾸 까먹는 것도 문제다. 큰 흐름을 보지 않고 작은 흐름에 까막눈이 되어 충동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았다. 오늘 하루는 그나마 실수를 많이 줄였지만, 앞으로 또 계속 실수가 나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두번째, 기본적 분석, 기술적 분석 어쩌면 다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다. 

 주식투자와 포커게임을 비교하는 사람들이 있다. 투자와 투기는 다르다고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뭐가 어떻게 다른 것일까? 

 몇 년 전부터 바이오 테마가 굉장히 Hot! 했다. 신라젠, 셀트리온, 씨젠 등 1000%가 쉽게 넘는 투자자들도 있었고, 고점에 물려서 깡통을 찬 투자자들도 속출했다. 몇 년 동안이나 그 열기는 식지 않았고 최근에 나 또한 에이프로젠 KIC라는 종목을 알게 되어 투자에 들어갔다. 평소에 기본적 분석을 전혀 하지 않던 나는, 투자 방식을 바꾸기 위해 오랜만에 기본적 분석을 해봤다.

 

 바이오 시장은 쳐다도 보지 않았었는데, 신약시장이 왜 어려운지, 복제약 시장이 어떻게 열렸는지, 바이오시밀러 사업은 또 무엇이 다른지 등 처음으로 이쪽 테마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되었다. 또한 현재 합병이슈가 있는 기업이어서 우회 합병에 대한 이해와 셀트리온이 그렇게나 거대해진 사례 등을 살펴봄으로써 김재섭 대표가 이끄는 에이프로젠의 장외주식과 코스닥 상장사인 에이프로젠 KIC, 제약, H&G의 3사가 어떻게 변할지 나름 예상해 보는 시간도 가졌다. 

 하지만, 알면 알 수록 이 산업이 가지는 특성상 누구하나 성공을 장담하지 못하는 어려운 시장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뿐, 이 기업의 미래에 대해 감히 확신을 가질만한 팩트는 찾을 수 없었다. 결코 기업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분명 똑똑한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될 만한 유사제품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불철주야 노력을 이어 가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목적이 천문학적인 돈을 벌기 위함일지라도 말이다. 

 

  짧은 시간 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정보를 바탕으로 미래를 점치는 것은 도박과 흡사하다. 물론 도박과는 다른 몇 가지 팩트들이 있지만, 3상 실험에 돌입했다고 해서 성공 한다는 보장을 할 수 없는 업계 특성상 도박과 다르지 않다. 때문에 기존에 가지고 있던 기본적 분석의 한계에 대한 생각은 그대로 보유하기로 했다. 이는 곧 나의 투자성향과도 직결된다. 만약 내가 안정적인 장기투자의 성격을 지녔다면 이 기업은 말 그대로 좋은 기업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내가 깨달은 것은 나는 안정적인 장기투자의 성향을 지니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주식 개미들의 성향은 나와 비슷할 것이다. 안정적인 장기투자를 통해 수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오늘 하루의 1~2% 수익에 더 만족하며 사는 그런 불나방 같은 존재들... 아쉽지만, 현실이다.

 

 때문에 손절에 대한 생각도 나름 정립할 수 있었다. 원래는 절대 손절을 하지 않는 타입의 투자스타일이었는데, 최근엔 꽤 큰 손실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기회비용을 생각하며 과감한 손절을 감수하는 중이다. 때문에 최근 수익률은 곤두박질 쳤지만, 또 다른 기회의 순간을 맞이하며 만회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

 

 그 기회의 몸부림은 기본적 분석과 기술적 분석이 아닌, 서두에 적어 놓은 나만의 투자스타일 및 투자방법이다. 구체적으로 종목을 분석하는 방법을 소개할 정도가 못되서(아직 수익이 확실히 나는지 검증이 되지 않았다.) 방법을 이야기해 줄 수는 없지만, 8월의 목표가 수익이 나는 투자모델 만들기이니 곧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1년 후에쯤?

 

 세 번째, 나는 전업투자를 할 정도로 부지런하지 못하다.

 

 시간이 나면 하루 종일 종목 분석을 해도 모자란데, 하루 두 시간 정도 분석을 하기도 힘이 든다. 차라리 일과 병행하는 편이 나은 것 같다. 전업투자자 들은 장중, 장외에도 할 일이 태산인데, 휴가 중에 주식을 살펴보는 시간이 일하는 중에 살펴보는 시간보다 오히려 적은 듯하다. 전업투자하면 성공할 것 같다는 안일한 기대감은 이제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저 지금처럼 현재의 직업에 충실하며 자투리 시간을 활용한 투자방법을 완성시켜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가는 것으로 목표를 변경해야 할 것 같다. 결국 수익률을 높이려면, 투자금액을 키워 의미 있는 수익금을 거둬들여야만 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사실을 몸소 체감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재테크의 첫 번째 원칙, 종잣돈 만들기로 돌아가야 한다. 이 부분은 확실히 할 일이 정해져 있다. 사업을 하던, 투잡을 뛰던, 아니면 상속을 받던, 증여를 받던, 대출을 받는 방법밖에는 없다. 요즘 이자가 많이 싸져서 대출도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리스크가 너무 크기에 쉽게 실행할 수 없는 방법이다. 

 

 

 네 번째, 결국 실행만이 정답이다. 

 

 이 이야기는 어느 분야에서나 적용되는 아주 기본적인 내용이다. 그런데, 정작 분석이나 준비는 많이 하는데 비해 실제 결과로 이어지는 행동 부분은 모두가 많이 망설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성공의 문턱까지 가 놓고도 돌아서 실패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솔직히 성공의 문턱인지 알 수만 있다면 누구나 한 발자국 더 내딛을 텐데, 어떻게든 지금의 내 상황을 알 수가 없기에 포기하는 사람들도 이해가 간다. 

 

 나 또한 좋은 기업을 선택해 놓고, 놓치는 경우가 많다. 날아가는 차트를 보면서 땅을 치고 후회해 봐야 그때는 늦었다. 로또의 확률은 8백만 분의 1이 아니다. 50%. 당첨이 되던가. 꽝이던가. 하지만, 그 50%의 확률도 로또를 사야지만 얻을 수 있듯이 주식도 생각만으로 고민만으로 수익이 생기지 않는다. 어느 기업에 대해 불안한 마음이 훨씬 크더라도 일단은 사 봐야 결과를 알 수 있다. 사지 않고 그저 생각만으로 이것저것 재기만 하면 결국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깨달았다. 

 

 아직 불안하고 미흡하지만, 결국은 성공으로 가는 길 위를 달려 목표지점에 골인하는 날이 올 것이라는 사실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딱 그것 하나 변하지 않는 믿음 덕분에 오늘 하루도 달려 나가고 있다.